올림픽에 대한 두 가지 단상 1
 

여자핸드볼 은메달을 일군 임영철 감독은 29일 “비록 은메달이지만 금메달 못지않은 결과였다”며 “오늘 경기의 패인은 국민의 관심 부족 때문이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임감독은 이날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올림픽만 끝나면 핸드볼을 잊어버리는 무관심을 이제는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 핸드볼은 세월이 지날수록 힘들다”며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감독, 결승에 올라갈 때까지 전승하는 와중에도 웃음 한 번 보이지 않았던 감독이다. 마음속에 독을 품고 있는 사람이 울 때는 참 마음이 짠 하다.


올림픽 금메달 땄다고 좋아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금메달에 목숨걸고 금메달 위주로 모든 가치를 평가하는 언론이 싫다. 어렸을 때, 엘이에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금메달 땄다고 온나라가 들썩거릴 정도로 환호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86년 아시안게임. 88서울 올림픽. 금메달을 통해 국가의식을 고취시키던 시절. 당시 언론의 보도행태와 지금의 모습이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세월을 흘러 많은 것이 변하고, 포악했던 군사정권도 무너지고 사람들의 취향도 다양해지고 가치판단의 기준도 다원적인 지금, 언론은 타성에 젖은 듯 변화가 없다.

 

 

올림픽만 되면 양궁이니, 핸드볼이니, 레슬링이니, 금이니 은이니 떠들어대는 모습이 가증스럽기도 하다. 저번 올림픽인가. 럭비가 은메달 땄다고 좋아라 하던 때가 기억난다. 아마도 모 기업은 광고에까지 이용했었지. 하지만, 뭐. 난 이번 올림픽 그들이 출전했는지 아닌지도 모른다. 스포츠는 승부라고? 그렇다면 까놓고 올림픽에서 금 못따면 다 필요없다고 하든가. 평화의 제전이니, 선의의 경쟁이니 하는 그런 낯간지러운 소리 늘어놓지말고 말이다.



올림픽정신은 평화의 정신이다. 체육대회하면서 친목 도모하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은 올림픽 입장에서 보면 무척 수치스러울 것이다. 싸우다가 잠시 "어 올림픽이네~4년이 참 빠르군~"하면서 "그럼 체육대회하고 나서 다시 싸우자~" "올림픽은 역시 평화의 제전이야~" 미국에서 그랬다지. 올림픽기간에는 공습이 없을 거라구. 이제 올림픽도 끝났으니 다시 폭탄을 퍼붓겠지.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서로의 목에 칼을 대고 어린아이들의 목숨을 벌레보듯 죽이겠지. 이런 식의 올림픽이라면 하지를 말자. 올림픽의 이름이 부끄럽다.



우리나라 금메달 9개로 10위 했다더군. 당초 목표인 13개 못땄지만 10위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성공했다더군. 10위가 중요한 이유가 뭘까? 미국이 금메달 100개고 이라크는 하나도 없으니까 선진국 되려면 10위안에는 들어야 된다. 뭐 이건가? 10위보다 소중한 것은 선수들이 흘렸을 땀과 눈물이다. 200여명의 선수들이 지난 4년 동안 흘렸던 땀과 눈물이다. 비록 그 중 금메달을 딴 선수는 8명에 불과하지만, 금메달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값진 것은 200명의 선수들이 살아오면서 흘렸을 땀방울 방울이다.



그래서,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한가. 금메달 딴 선수만 다큐 틀어주나? 축구팀만 다큐 틀어주나? 미리미리 1년 전 부터 전 종목에 걸쳐 그들이 흘렸을 땀방울을 담을 수는 없나? 그래서 올림픽 기간 동안 금메달 딴 거 재방 삼방 하지 말고 그들의 감동적인 노력들을 담은 영상을 틀어주면 안되나? 부상을 극복하고 올림픽 대표에 뽑힌 감격적인 순간들을 보여주면 안되나? 왜. 메달 딴 사람들만 봐야 하는지...



금메달 중심주의는 이 사회의 치열한 경쟁심리를 드러내는 단적인 예일 뿐이다. 따라서 마찬가지로. 인생에 실패하고, 삶의 힘겨움에 바둥바둥 대면서도 끈질기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 그들이 흘렸던 눈물과 노력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 그것은 화려한 영상보다 값지고 아름답다고 믿는다.



핸드볼 감독의 눈물에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만 국민들로부터 잊혀지지 않는다는 그런 절박감이 묻어난다.


- 20040830

by 아마루 | 2006/02/20 22:32 | 기막힌 사내와 아는 여자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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