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프린트
출판사 조직분화와 그룹화(임프린트, 자회사 등) | 冊 - 출판뉴스 2006/02/0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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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조직분화와 그룹화 (임프린트, 자회사 등)
 
 
지난해 주요 상위권 출판사의 매출은 일제히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민음사가 처음으로 400억원 고지에 올라서기도 했다. 1995년 매출액이 90억원에 불과했던 것과 견주어보면 10년 만에 4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그런데도 출판계는 여전히 규모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1천억원대 출판사가 2~3개는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출판의 영세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대형 메이저 출판사의 탄생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흥미롭게도 출판의 규모화, 기업화를 추구하는 많은 출판사들의 관심은 ‘사람’에 대한 고민에 맞닿아 있다. 출판의 경쟁력은 결국 유능한 출판 인력의 확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중심의 ‘임프린트’(Imprint), 파격적인 인센티브, 정년제 보장 등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상위권 출판사들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전통적인 출판사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곳을 더 이상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음사는 황금가지, 황금나침반, 사이언스북스, 비룡소 등 4개의 자회사를 갖고 있다. 임프린트 제도를 채택한 랜덤하우스중앙과 웅진씽크빅 역시 전문 편집자들이 이끄는 여러 개의 임프린트를 두고 있다. 위즈덤하우스는 ‘분사제’라는 독특한 조직형태를 실험하고 있는 경우에 속한다. 넥서스와 북21도 여러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박은주 사장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김영사만이 유일한 예외로 꼽힌다.
이러한 조직 분화와 그룹화는 출판사의 성장과 함께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규모가 커지면서 출판 장르가 다양해지고, 이를 한 사람이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 점점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뒤집어보면 출판사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출판 장르를 다양화하고, 그에 맞게 조직을 분권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출판의 규모화와 분권화, 그룹화가 함께 가는 것이다.

임프린트에 열광하는 편집자들
이러한 변화의 물꼬를 튼 곳은 지난 2004년 1월 출범한 랜덤하우스중앙이다. 미국 1위 출판사인 램덤하우스와 중앙일보 계열의 출판 자회사 중앙M&B가 50 대 50으로 합작투자해서 만든 랜덤하우스중앙은 ‘임프린트’(Imprint)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유능한 전문 편집자를 영입해 별도의 브랜드를 주고 경영권과 출판권을 맡기는 임프린트의 시행은 출판계의 대대적인 인력 이동을 촉발했다. 임프린트가 영세성을 탈피하지 못한 기존 중소출판사에서 열악한 처우와 불투명한 전망에 시달리고 있던 젊은 편집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던져줬기 때문이다.
임프린트는 이미 해외의 메이저 출판사들이 광범위하게 채택하고 있는 제도다. 2004년 랜덤하우스의 사업운영실장으로 임프린트 도입을 주도한 최봉수 웅진씽크빅 출판부문 사장은 “랜덤하우스의 경우도 크개 6개의 임프린트 그룹으로 구성돼 있다”고 했다. 랜덤하우스 자체가 별도의 브랜드를 갖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수많은 임프린트들로 구성돼 있는 것이다. 물론 랜덤하우스의 임프린트와 랜덤하우스중앙의 임프린트가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랜덤하우스의 경우 대부분의 임프린트가 M&A를 통해 편입됐다. 최 사장은 “국내에서도 초기에는 M&A를 통한 임프린트화를 추진했지만 현실적인 걸림돌이 많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국내 출판사의 경영주들 가운데 M&A에 우호적인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평생 경영하다가 나중에 자식에게 물려 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와는 달리 랜덤하우스중앙은 기존의 내부 팀들을 쪼개 임프린트로 전환하거나 외부에서 전문편집자를 영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랜덤하우스중앙의 임프린트 도입이 큰 반향을 일으킨 데에는 출판계의 독특한 인력구조도 한몫했다. 90년대 출판계를 일으킨 것은 80년대 후반부터 대거 진출한 386세대들이었다. 충분히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었지만 ‘운동 경력’ 등으로 취업이 어려웠던 이들은 출판계에 들어와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이들이 3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출판사 편집장을 마친 이후의 진로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규모가 영세한데다 가족경영이 완전히 자리잡고 있는 출판계에서 전문 편집자가 설 자리는 많지 않다. 다른 분야와 달린 출판계에서는 2세, 3세 경영이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아들과 딸, 며느리까지 자회사를 하나씩 나누어 맡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 편집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이직이나 출판사 창업 둘뿐이었다. 임프린트는 이들에게 새롭게 경영사장으로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더구나 임프린트는 실적에 따른 철저한 성과급제는 깔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편집자들의 몸값을 올려놓았다는 중소출판사 사장들의 불만 속에서도 임프린트는 빠르게 대세로 자리잡았다.

가족경영체제로는 미래 없다
물론 임프린트에 대한 평가가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임프린트는 자본의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진 제도”라고 지적했다. 임프린트는 대개 3년 정도의 계약기간을 정해두고 있다. 성과가 좋으면 그대로 두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부담 없이 끝내면 그만인 셈이다. 한번 설립하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자회사에 비해 출판사 입장에서는 훨씬 리스크가 적은 것이다. 백 연구원은 “임프린트가 효율성을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이점은 있지만, 거꾸로 지나친 자본 집중이 출판의 다양성을 해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기호 소장은 “자본이 없는 능력 있는 편집자들이 꿈을 펼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상당수의 임프린트들이 이미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소장은 “출판은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내야 하는 산업”이라며 “기존의 가족경영체제를 고집하는 곳들은 앞으로 쇠퇴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랜덤하우스중앙이 임프린트 제도를 처음 도입했지만, 최근에는 웅진씽크빅이 새로운 임프린트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랜덤하우스중앙이 신임 사장 선임 문제로 진통을 겪으면서 핵심 인력들이 대거 웅진씽크빅으로 옮겨간 탓이다. 임프린트 3곳이 이동하면서 랜덤하우스중앙은 임프린트가 3개로 줄어든 반면, 웅진씽크빅은 8개로 늘어났다. 웅진씽크빅이 지난해 10월 잡지부문을 일괄 매각한데 이어 랜덤하우스중앙의 인력을 적극 영입한 데에는 윤석금 웅진그룹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출판(웅진출판)에서 출발해 오늘의 웅진그룹을 일으킨 윤 회장은 그동안 ‘단행본 출판 1위’를 끊임없이 주문해왔다.
웅진씽크빅은 임프린트 체제의 강화와 함께 파격적인 인센티브 브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전제 사업이익의 30%를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한다는 것이 기본 골격이다. ‘전체 사업이익 30% 인세티브’는 일반기업은 물론 해외 출판계에도 사례를 찾기 어려운 ‘사건’이다. 출판사들의 이익률은 통상 10% 안팎. 올해 매출목표인 300억원을 기준으로 보면, 30억원의 이익이 발생하게 되고, 이 가운데 30%인 9억원가량이 직원의 몫이 되는 셈이다. 최봉수 사장은 “우리 출판시장도 외국의 경우처럼 소수 메이저 출판사를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며 “유능한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출판사만이 그러한 메이저 출판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적이 아니라 완성도로 평가
이와 관련해서 또 하나 주목받는 출판사가 있다. 바로 ‘분사제’라는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는 위즈덤하우스다. 이 회사 김태영 사장은 “출판이 문화콘텐츠산업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적극적인 해외진출에 나설 수 있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규모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동기 부여와 이익 배분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미국식 임프린트에는 회의적이다. 철저한 실적위주의 평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위즈덤하우스는 5개의 분사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별도의
브랜드를 쓰지 않고 ‘위즈덤하우스’와 ‘예담’이라는 브랜드를 함께 공유한다. 이를테면 1분사가 ‘위즈덤하우스’로 책을 낼 수도 있고 ‘예담’으로 낼 수도 있다. 분사 단위로 경영권과 인사권은 보장하지만, 기획과 마케팅, 제목의 결정은 본사와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또한 각 분사장들이 모두 참여하는 경영회의라는 최고의사결정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임프린트에 비해 회사 전체의 경영 비전과 전략의 공유를 훨씬 강조하는 형태다.
그러나 분사 단위로 인센티브 형태로 이익을 배분하는 것은 임프린트와 동일하지만 평가기준에는 큰 차이가 있다. 김 사장은 “기본적으로 매출 위주의 인사평가를 지양하고 있다”며 “편집자들의 경우 매출이 아니라 책의 완성도가 평가의 기준”이라고 했다. 더 놀라운 것은 정년제의 도입이다. 김 사장은 “스스로 회사를 떠나지 않는 한 55세까지 정년을 보장한다”고 했다. 분사장도 분사 내부의 인사권은 갖고 있지만 해고권은 없다. 정년이 된다고 회사를 무조건 떠나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정년 이후에는 자회사에서 다시 10년 정도 일할 수있다. 한마디로 평생직장인 셈이다.
위즈덤하우스는 3년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2005년 1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상당한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체 설문조사 결과, 연령대별로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30대 중반 이후는 정년제를 적극 환영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젊은층은 다소 유보적이다. 김 사장은 “출판인은 첨단분야에서 일하는 지식노동자들”이라며 “다른 분야보다 한발 앞서 혁신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이코노미21 / 284호>
by 아마루 | 2006/02/27 18:12 | 메모장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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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앤샬리 at 2006/03/02 13:33
매출이 아니라 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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